유럽배낭여행

런던 첫날(96-1-16)

나군89 2022. 11. 18. 14:59

런던 히드로공항(Heathrow Airport)에 06:00시 도착했다.
기내식을 두 번이나 먹으며 13시간 이상을 날아왔는데 이곳은 아직도 새벽이니, 말로만 듣던 '시차'를 나도 느껴보는 구나.  비행기 안에서는 너무 지루하였으며,  기내식은 Chinese cake, 오믈렛 등이었는데 먹을 만하다.
어렵게 입국심사를 마치고 공항을 벗어났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오니 귀가 멍한 데다 내 여권사진을 범죄자 얼굴이라도 되는 듯 쳐다보는 뚱보 아줌마의 낮은 목소리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몇 번이나 "Parden me, please"라고  말해야 했다. (06:40)
공항에서 Uunderground(런던의 지하철) 표시를 따라가  Heathrow Terminal 1,2,3역에 도착하였다. 서울에서 지하철에 익숙한 터라 우리는 거칠 것이 없었다. 지하철 요금이 3.20£이니 우리돈 4,000원 정도. 대중교통 요금은 우리 나라가 싸다던데 실감할 수 있었다.
들고간 중앙일보사 발행 '세계를 간다'책에는 공항에서 시내까지 3.0£라고 적혀 있는데, 최근에 지하철 요금이 올랐나 보다. 이 책은 일본에서 만든 배낭여행 가이드북이고 중앙일보사가 번역을 했다고 들었는데, 너무도 자세히 적혀 있어(특히, 각종 요금과 숙박시설) 여행기간 내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지차철역에서 기념사진 1장 찍고 지하철에 탑승(07:05)

Green Park역에서 갈아타고 Victoria역으로 갔다.  Seoul의 지하철 베테랑이라 어려움이 없었으며 그런 이유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애써 물어 도움을 청할 필요도 없다. 묻는다고 물어질련지는 모르지만..
Victoria역의 Information에서 런던의 지도를 챙겨들고 Victoria Coach Station(고속버스터미널)에 가 Amsterdam행 Coach를 예약했다. 예약하는데 왜 이렇게 힘든지. 여행떠나 처음으로 언어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Coach는 우리나라의 Bus와 유사한 개념같은데.. 길거리에는 '더블 데커'라는 빨간색 2층 버스와 검정색 오스틴 택시가 거리에 굴러 다니는데 '신사의 나라'의 수도라 그런지 교통수단 자체가 품위가 넘친다.
가이드북에서 괜찮다고 소개한 B&B(Bed & Breakfast)인 Limegrove hotel로 전화를 해 찾아갔다. '세계를 간다'가이드북에 나와 있기에 가 보았는데 찾기가 쉽지 않았다. 프랑스계통의 영어발음을 하는 주인은 꽤 친절하다. 가이드북을 보고 왔다는 말에 1인당 1£씩 할인을 해줘 one night에 16£씩 2박을 할 계획이므로 모두 64£를 지불하였다. 주인의 발음이 우리와 달라 엄청 애를 먹었다. 투숙하는 한국인 1명을 만났는데 우리보다 7-8세 더 많아 보이는데 엄청 반갑다.

 

무거운 배낭은 방에 놓아두고, 드디어 거리로 나섰다. 힘차게 Victoria Station(기차역)을 지나고,  Buckingham Palace로 향했다. Victoria여왕 기념비와 위병교대식을 보았다.
 빅토리아여왕은 영국이 강성하던 19세기의 군주인 까닭인지 영국에서는 엄청난 존경의 대상인 것 같다. 기차역, 버스터미널, 지하철역에도 여왕의 이름을 붙였고, 동전, 목걸이, 반지 등에서도 쉽게 여왕의 초상을 볼 수 있다.  빅토리아여왕기념비는 과거 강성했던 대영제국시절의 상징과도 같이 각국의 관광객이 오가는 버밍엄앞 광장에 세워 놓았다. 여왕은 위엄있는 자태로 왕좌에 앉아 있고 기념비의 상단에는 금박을 입힌 날개 단 어른천사(?)가 오른팔을 하늘로 들어올리고 있는데 검지 손가락 하나를 치켜 올린 것 같기도 하고, 엄지와 검지를 들어 V자를 그린 것 같기도 한데 여기에서도 영국인들은 대영제국의 강성함을 뽐낸 듯 싶다.  기념비만으로도 영국인의 자긍심과 여왕에 대한 존경심을 함께 읽을 수 있다.


위병교대식은 TV 등을 통해 본 까닭인지 눈여겨 보지는 않았다. 겨울철이라 볼거리를 덜 제공하는 듯한 교대식보다는 교대식전 관광객을 정리하는 승마여경의 멋진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노란 형광 파카와 검은 모자를 착용한 여경은 말위에서도 아주 효과적으로 물밀 듯이 밀려온 많은 관광객을 정리하고 있었다. 위병들이 지나가는 거리는 일정 공간을 확보해야 하기에, 경찰의 임무는 관광객들이 서로 앞쪽에 설려고 밀치며 일정 공간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인데, 그녀는 기승상태에서 앞으로 나온 관광객쪽으로 가 말엉덩이를 관광객쪽으로 향하게 하고 꼬리를 흔들게 하기도 하고, 말옆구리로 밀며 말이 옆걸음하게 하니 사람들은 모두들 뒤로 물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관광객을 향해 방긋 웃어주면, 관광객들도 함께 웃고..

 

위병들은 고전적인 복장을 하고 제법 씩씩하게 지나갔다. 이것 역시 영국인들의 자긍심인 듯. 과거 물리적 힘만이 경쟁무기였을 당시에는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군사조직이었겠지만 지금은 관광상품이 되어 면면히 직업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인련지도.. 

위병교대식후 가까운 Green Park에서 벤취에 앉아 한국에서 가져온 밤식빵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다기에 영국에서 먹을 것은 좀 준비를 했다. (13:00)
웨스트 민스터 사원에 가 영국역사의 원대함에 감탄했다. 옛 왕들의 묘비와 관을 모두 전시했는데, 조각의 정교함과 웅장함, 스테인드 글래스의 아름다움은 놀라왔다. 입장료가 2£였지만 결코 후회되지 않았다. 과거 왕가의 각종 문장들을 종이에 베끼는 관광상품이 있었으나 2£이상의 고가라 감히 사지는 못했다. 푸른 하늘과 사원(abbey)의 높은 첨탑이 잘 어울렸다.


Big Ben과 국회의사당을 보았다. 건물 자체가 엄청난 조각품과 같았다. 일찍이 의회민주주의를 실현한 정치선진국의 저력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이 의사당에서 이루어진다. 그들의 민주주의의 역사만큼이나 의사당의 건물은 전통 있어 보인다. Big Ben은 국회의사당의 큰 시계의 닉네임이라고 하는데, 난 오랫동안 Big Bang이론에서 말하는 우주 탄생의 순간인 Big Bang(대폭발)으로 알고 있었다. 영국의 그리니츠 천문대가 경도 0°상에 있어 런던의 국회의사당의 시계가 세계의 표준시이므로 이 시계를 Big Bang이라 부르는 줄로 알고 있었다.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다. 

템즈강을 바라보며 또다시 빵을 먹고, 트라팔가 광장으로 향했다. 넬슨 기념비가 높게 서 있고, 사방에 인간의 20배쯤 크기의 네 마리의 사자상이 있고, 주변에 비둘기가 광장의 한 모퉁이를 가득 메우고 있다. 가끔 갈매기들이 몰려와 사자상에 올라 앉는다. 넬슨 제독이 프랑스 나폴레옹을 이긴 곳이 스페인의 트라팔가란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넬슨 기념비는 트라팔가 광장에 20층 높이로 우뚝 서 있다. 이 기념비는 언제 세웠는지 모르지만 넬슨은 영국인의 자존심을 기념비만큼은 높히 세운 인물임을 알 수 있다.

 

가까운 피카딜리 광장에는 Eros상이 있었다. 화살을 든 '사랑의 신' 에로스(큐피드)의 나는 모습인데 해가 짧은 겨울이라 빨리 어두어져 귀여운 모습을 사진에 담지는 못 했다.  이 곳은 서울의 명동과 같은 쇼핑상가 밀집지역이었기에 어두운 밤거리를 오가는 막 퇴근한 사람들과 연인들로 붐비고 있다. 워낙 관광객이 많아 이곳에서는 우리가 이방인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다.
차이나 타운을 찾아 헤매다 겨우 찾을 수 있었다. 역시 가이드북에 나온 소호의 중국 레스토랑 Wong-kei에서 beef & vegetable rice를 2.7£에 먹었다. 중국인들의 입밥에 맞춘 탓인지 너무 느끼했다. 윤서가 주문한 special rice는 '볶음밥'과 같았다. 식사후 차이나 타운을 구경하고, soho의 쇼핑몰과 백화점을 보고 숙소로 돌아왔다.

영국은 12월 말부터 1월말까지는 세일기간이라 물건값은 생각보다 싸다. 가판책 판매점에는 Play boy, Husler 등의 잡지가 3.95£에 판매된다. 우리나라의 잡지에 비해 결코 비싸지는 않는 것 같았다. 물론 한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우리로서는 가판대에서 살 수 있는 거라곤 엽서 몇 장이었다.
영국의 Londoner는 신호등에 관계없이 횡단보도를 건넌다. 빨간불은 차가 지나가지 않으면 주의해서  건너고, 파란불은 차가 멈추므로 안전하게 건넌다. 우린 처음에는 빨간불이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계속 기다렸으나 교통경찰들이 봐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을 확인한 이후로는 우리도 알아서 건넜다.  빨간불이면 무조건 기다려야 하는 우리식 교통신호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해야 했고, 교통신호 잘 지키는 운전자들의 여유있는 운전습관과 한산한 도로를 칭찬해야 했다.    
오후 4시에 해가 지더니 오후 5시에 시꺼먼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위도가 높은 곳이라 해가 빨리 지지만 편서풍의 영향으로 위도가 높은 것과 관계없이 따뜻한 나라이다.

 

* 지출(2인 기준): 지하철 6.4   coach 예약 66   전화 0.2   B&B  64   엽서 0.9 

                       식사  5.4    W.M..A.입장료  4         계 146.9£ (1£=1,252원)

'유럽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쾰른 (96-1-21)  (0) 2022.11.18
독일 입성(96-1-20)  (0) 2022.11.18
런던둘째날(96-1-17)  (1) 2022.11.18
유럽의 첫발(96-1-15)  (0) 2022.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