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배낭여행

독일 입성(96-1-20)

나군89 2022. 11. 18. 15:14

1월 20일 (토)

 

YH에서 아침식사 후 Central Station으로 향했다. 열쇠를 받으며 맡긴돈 20G를 받아 엽서를 구입했다. 엽서판매대에 가격이 붙어 있지 않아 일단 골랐는데 엽서 5장에 11.4G(약6,000원)이었다. 엄청 바가지를 쓴 기분이다. 어젯밤 가격표가 붙지 않은 물 1.5리터에 5G를 받더니, 가격표가 붙어있는 곳에서 구입하는 게 확실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동전이 남아 구입한 조그마한 과자는 맛이 엉뚱했다. 껌처럼 찐득찐득하지만 제대로 씹히지도 않는다. 1개를 입에 넣었다가 먹는걸 포기하고 휴지통에 집어 넣었다. 결국 먹지 못 하고 버렸는데 나중에 추측하기를 아마 개먹이였던 것 같다. 이곳의 상점들은 상대하기 어렵다. 
암스테르담은 홍등가의 문화만큼이나 여러 방면에서 특이한 도시이다. 서유럽의 항구로 옛부터 뱃사람의 문화가 발달하여 나그네가 지나가는 길목으로서의 문화가 발달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는지 모르겠다. 옛적 이곳의 여인들이 오랜만에 들린 선원들을 그저 배수리하는 동안의 애인으로 간주하듯이 이곳의 상인들은 우리와 같은 관광객을 그저 가면 안 올 사람으로 생각하는지 별로 친절하지는 못 하다.  도시 분위기에서 웬지 동양적인 냄새도 나고, 아프리카의 흑인문화도 배어있는 것도 같은 이러한 분위기 자체가 항구도시로서 일찍부터 여러 문화가 유입된 때문인가 보다.  

한국에서 겨울에 간 부산과 여름에 간 부산은 너무도 분위기가 달랐다. 그러고 보니 파란 바다가 있는 항구도시는 여름에 더욱 활기차고 좋은 것 같다. 이곳을 떠나며, 암스테르담의 겨울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
 
 기차를 타고 독일의 뒤셀도르프로 가기로 했다.  뒤셀도르프는 쾰른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데 쾰른 가는 기차표를 예매했지만 도중에 내려 시간을 보내다 다른 기차로 쾰른으로 갈 수 있기에 뒤셀도르프를 먼저 들리기로 했다.

독일을 향해 달리는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네덜란드의 전원 풍경은 무척 아름답다.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푸른 잔디와 대조를 이루는 나무, 낮은 주거 건물들, 여름비 소나기와 같이 장대 같은 굵은 비라도 내리면 넘쳐 버릴 것 같은 강물..  소나무와 비슷한 수종의 숲과 낮은 언덕들이 나오는데 이곳은 처음부터 육지였나 보다.  풍차는 아주 가끔 조그마한 게 눈에 띈다. 암스테르담이 운하, 삭막함, 사창가 문화의 도시라면 차창밖 풍경은 푸름, 풍요함의 전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차는 달려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뒤셀도르프는 YH가 마땅치 않아 이 곳은 구경만 하고, 쾰른에 가 숙소를 잡기로 결정했다.  중앙역에서 나와 보니 중앙역 근처에는 마땅히 볼 게 없고 2킬로 이상을 걸어야만 볼게 있었다. 안타깝게도 코인라커를 찾지 못해 무겁지만 배낭을 메고 여행을 했다.
라인강을 향해 걸어 내려가며 서울과 유사한 거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라인강은 강둑이 넓은 것으로 유량의 변화가 꽤 많음을 짐작하였다.
구시청사는 르네상스 양식의 멋있는 건물이었고, 하인리히 하이네를 기념하는 동산과 집 등을 보았고, 왕궁 공원에 갔다. 외국의 역사를 모르기 때문에 어느 시기에 완성된 왕궁인지는 모르겠으나 S자 형태의 멋진 호수를 가지고 있어 호수를 걷는 여유는 좋았으나, 등에 맨 배낭의 무게 때문에 걷는 게 힘들어 이곳에서의 좋은 기억은 남기지는 못 했다.  괴테 박물관이 있었으나 기차 시간을 맞추느라 시간이 없어 박물관은 들어가지 못하고,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배낭을 메고 관광을 즐긴다는 건 힘들다.
역사내의 수퍼마켓에서 여러 가지 먹을 것을 사가지고  쾰른행 기차를 다시 탔다.
쾰른역에서 내려(17:30) 유스호스텔에 가는 길에 라인강 위에 놓인 호엔졸레른 다리를 건너가는데 다리가 왜 이렇게 긴지 걸어가기가 너무 힘들었다.  유스호스텔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식사 후 20여일 정도 여행을 한 두 여행자와 얘기를 나누며 프라하와 바르샤뱌, 부다페스트에 대한 정보를 얻었는데, 동구권이 전혀 위험하지 않으니 한번 가보라는 얘기였다. 우리도 동구권중 부다페스트를 갈 생각이었는데 프라하도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독일은 유스호스텔 시설이 매우 잘 돼있어 숙박시설이 꽤 좋다. 독일민족은 어렸을 적부터 모험심을 심어주고 심신단련을 시키기 위해 곳곳에 유스호스텔을 만들어 젊은이들이 집을 떠나 여행을 다닐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독일인들이 심신단련을 위해 노력한 것은 여자들의 체력단련을 위해 핸드볼이라는 구기종목을 고안한 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원동력이 되었던 국민들의 건강한 육체는 바로 이런 국가적 노력에서 형성된 것이리라. 
몸이 꽤 피곤하다. 종일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니니 어쩔 수 없나 보다. 왼발 무릎과 아킬레스건이 아프다. 여행한지 이제 5일인데 벌써 이 모양이니.

 

* 지출(2인 기준) : 빵,우유  4.38     커피  2.7      햄  2.99      샐러드  2.69     과일  2.8 

                         YH비용  54                        계  69.56DM  (1DM = 564원)

'유럽배낭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쾰른 (96-1-21)  (0) 2022.11.18
런던둘째날(96-1-17)  (1) 2022.11.18
런던 첫날(96-1-16)  (0) 2022.11.18
유럽의 첫발(96-1-15)  (0) 2022.11.18